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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미래

해양 쓰레기와 어업의 관계 – 폐어구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by pclife-feel-blog 2025. 4. 7.

폐어구란 무엇인가? – 해양 쓰레기의 어업 기인 실태

키워드: 폐어구, 해양쓰레기, 유령어업

해양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점차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어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폐어구다. ‘폐어구(Ghost Gear)’란 바다에서 유실되거나 의도적으로 버려진 어구, 즉 그물, 낚싯줄, 통발, 부표 등을 뜻하며, 이들은 오랜 시간 해양에 남아 ‘유령어업(Ghost Fishing)’을 일으킨다. 이러한 어구는 작동을 멈춘 것이 아니라, 사람이 통제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해양 생물을 포획하며 해양 생태계에 해악을 끼친다.

국제 환경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의 조사에 따르면, 해양 쓰레기의 10~15%가 어업 활동에서 비롯되며, 특히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의 상당수가 폐어구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해양수산부 통계에서도 2022년 기준 전국 연안에서 수거된 해양 쓰레기의 약 35%가 폐어구로 확인되었고, 그 중 상당수가 나일론, 폴리에틸렌 등 분해되지 않는 합성섬유로 제작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폐어구는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해양 생물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가령, 연근해에서 유실된 대형 트롤망은 조류에 따라 해저를 떠다니며 소형 어류부터 대형 해양포유류까지 가리지 않고 휘감는다. 인간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수심 수십 미터 아래에서 ‘보이지 않는 어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폐어구 하나가 3년 동안 평균 2,000마리 이상의 해양 생물을 비의도적으로 포획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폐어구의 생태계 피해 – 바닷속 함정, 그리고 그 결과

키워드: 생태계 파괴, 멸종위기종, 미세플라스틱

폐어구는 해양 생물에게 단순히 ‘걸리는 장애물’이 아닌,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이다. 폐그물 속에 빠진 물고기, 돌고래, 거북 등은 탈출할 수 없어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된다. 특히 그물이나 통발은 생물의 신체 일부를 조이거나 상처를 내며 감염과 폐사를 유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의도적 어획’(Bycatch)과 유사한 개념으로, 어획 활동이 끝난 이후에도 생물다양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1년 여름, 경남 남해안에서 한 잠수부가 촬영한 영상에서는 폐그물에 갇힌 체 장시간 부유된 채 죽어가는 가오리 떼가 확인되었고, 이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폐어구로 인한 비의도적 포획이 반복될 경우, 연안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플라스틱 어구의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다. 폐어구는 햇빛과 파도에 의해 서서히 부서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로 쪼개진다. 이 미세 입자는 플랑크톤과 혼동되어 먹이사슬에 유입되고, 결과적으로 해산물 소비자인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2023년 국립해양조사원은 부산 앞바다에서 채집한 해수 시료 중 1리터당 평균 9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은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연안 어촌의 경제에도 피해를 입힌다. 지속적으로 해양 생물이 폐어구에 피해를 입고 자원량이 감소하면서 어획량이 줄어들고, 이는 어민들의 생계에 직결된다. 해양생태계가 흔들리면 결국 인간 사회 역시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업 종사자의 책임과 해결 과제

키워드: 어민교육, 회수프로그램, 해양정책

해양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어민들의 인식 변화이다. 많은 어민들은 과거 오랜 시간 동안 폐어구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자연이 알아서 처리해준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 어구는 무한정 제공되지 않으며, 해양도 무한정 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어민 대상 교육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에서는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어구 회수 캠페인'을 진행하며, 자발적으로 폐어구를 수거한 어민에게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어구 구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자 어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 어선에서 사용되는 어구에 QR코드를 부착하고 위치 추적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해양폐기물 관리법」 제6조 및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에 따라, 어구 유실 시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이러한 법령은 어민 스스로 어구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부 지자체는 ‘회수 어구 재활용 센터’를 설치하여, 어민들이 회수한 폐어구를 가져오면 일정 금액의 보상과 함께 폐어구를 처리하고, 재활용 가능 소재는 선별하여 재가공한다. 특히 합성섬유는 산업용 원료로, 금속성 어구는 제철소 원료로 재활용될 수 있어 자원순환 효과도 기대된다.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정책과 기술의 접목

키워드: 지속가능한어업, 생분해성어구, 국제협약

지속 가능한 어업을 구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폐어구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으며, 기술적 대안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생분해성 어구(Biodegradable Gear)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이 어구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며, 바다에 유실되더라도 장기간 남아있지 않는다.

한국은 2021년부터 ‘생분해성 어구 보급 시범사업’을 전국 5개 어촌에 확대하며, 조업 성능은 유지하면서 분해 기능을 가진 제품의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생분해 어구에는 시간차 개방 장치가 내장되어, 유실 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입구가 자동으로 열려 생물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국제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FAO는 전 세계적으로 폐어구 감축을 위한 ‘Voluntary Guidelines on the Marking of Fishing Gear’를 통해 어구 추적체계의 도입과 어민 교육을 장려하고 있으며,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SDG 14: 해양 생태계 보전’을 통해 폐기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기술 스타트업에서는 AI 기반 해양 쓰레기 감지 드론과 자동 회수 로봇을 개발하여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예컨대, 국내의 한 해양환경 스타트업은 부산 연안에 실시간 영상분석 AI 시스템을 구축하여 폐어구의 위치를 예측하고, 수거 선박과 연계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확대되면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해양 쓰레기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해양 쓰레기와 폐어구(유령어구)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방치된 폐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