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다의 미래

한국과 일본 어선 구조 비교와 해양 쓰레기 문제: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재질 전략

by pclife-feel-blog 2025. 4. 16.

한국 어선의 FRP 중심 구조와 환경적 영향

한국의 연안 어업은 소형 어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FRP(Fiber Reinforced Plastic, 섬유강화플라스틱) 선체를 사용하고 있다. FRP는 유리섬유와 수지를 혼합해 만든 합성 소재로, 가볍고 내구성이 높으며 부식에 강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목재 어선을 빠르게 대체하며 FRP 어선이 주종이 되었다. 현재 국내 어선 중 약 90% 이상이 FRP로 제작되었으며, 특히 연안 및 근해 소형 어선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FRP 선체는 일정 수명을 넘기면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 과정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FRP 폐선은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이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배출되거나 토양과 수질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태풍이나 충돌로 인한 어선 파손 시, FRP는 파편화되어 바다에 남게 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으로 변질된다. 이는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FRP 어선의 대량 사용은 초기 경제성과 제작 편의성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인 해양 환경 보호 측면에서는 심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FRP의 환경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선체 재질이나, 기존 선박의 재활용 기술이 적극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일본의 선체 재질 다변화 전략과 폐기물 관리 시스템

일본은 해양 강국으로서 다양한 유형의 어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체 재질 또한 그 용도와 해역 조건에 따라 다변화되어 있다. 일본의 중소형 선박에는 FRP가 여전히 많이 사용되지만, 소형 낚시선과 일부 연안 어선에서는 알루미늄 선체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 중·대형 어선의 경우에는 스틸(강철) 선체가 주를 이루며, 높은 내구성과 수명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어업 활동에 적합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알루미늄 선체는 가벼우면서도 내식성이 뛰어나고, 수리 및 개조가 용이하여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은 알루미늄 선박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역 어촌과 연계한 선박 해체 및 고철 회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해양 폐기물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FRP 선박의 경우에도 지역 사회 기반의 폐기물 처리 협동체가 존재하며, 일정 수준의 재활용 기술과 소각 시스템이 병행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폐어선으로 인한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선박 등록 시스템과 폐기 이력 관리를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폐선 유도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한국이 참고해야 할 부분으로, 단순한 선체 재질의 변경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선박 수명 주기에 걸친 환경 영향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어업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원인으로서의 폐어선

최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 중 하나는 미세플라스틱이다.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중 상당 비율은 폐어구, 부유 쓰레기뿐 아니라 노후되거나 파손된 어선에서 기인한다. 특히 FRP 소재로 제작된 어선은 해상 사고나 태풍에 의해 파손되었을 때,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해양 표층 및 저층에 잔존하게 된다. 이 조각들은 자외선, 염분, 마찰 등에 의해 점차적으로 분해되며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환된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플랑크톤과 같은 저차 생물에 의해 섭취되며,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 및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생태학적 문제를 초래한다. 특히 어선이 밀집해 있는 연안 해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하며, 한국 연안 해역은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게 측정되는 지역 중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알루미늄이나 스틸 소재 선박은 사고 발생 시 침몰되더라도 파편화되어 미세 입자로 전환되는 가능성이 낮아,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어선 선체 재질의 선택이 단순히 경제성만이 아니라 생태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해양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어업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그 중 하나가 바로 폐어선 관리와 선체 재질의 친환경화다.

한국의 어선 재질 정책 방향과 미래 과제

지속 가능한 어업과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한국은 어선 건조 및 폐기 정책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노후 어선에 대한 폐선 지원금, 신조선 전환 보조금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FRP 선박을 대상으로 한 단기적 조치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알루미늄, 스틸 등 다양한 재질을 활용한 선박 건조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이를 위한 선박 인증 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폐선 후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박 제작 단계에서부터 생분해 가능 소재를 포함한 친환경 자재 사용을 권장하거나, 재활용 가능한 구조 설계를 표준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선박의 폐기 이력 추적 시스템, 등록제 기반 폐선 관리, 지역 공동체 기반 해체 협동조합 운영 등은 일본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더불어, 정부 차원의 미세플라스틱 저감 정책과 연계하여, 어선 선체로부터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보고하는 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해양관광, 수산물 소비, 어촌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전략적 투자이기도 하다. 이제는 '어선의 친환경화'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해양국가로서의 책임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필수 과제로 인식되어야 할 시점이다.

 

폐선 시 발생하는 어업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의 해양 유입 경로를 시각화함.
한국과 일본 어선의 재질 비교와 해양 쓰레기 흐름도